도봉산 산행후기 ( 2007년 03월 24일[토요일][비] )
도봉산 산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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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3월 24일[토요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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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코스 : 망월사역-극락교-망월사-포대능선-관음암-칼바위갈림길-도봉주능선-
천진암-구봉사-매표소-도봉산역 -
소요 시간 : 중식30분포함 약 4시간(8Km)
전날 반가운 사람들과 만나 저녁 늦게까지 술을 마셔서인지 몸이 무겁다. 게다가 비가 많이 내린다. 비가오면 가까운 청계산으로 가자고 하였던 차라 등반대장에게 전화를 하니 그냥 도봉산으로 강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볼멘소리를 했지만 소용이 없다.(좌측 사진은 맑은날의 모습임)
짐을 챙기고 나오는 뒤통수가 근지럽다. 집사람이 꼭 미친 짓이라 욕하는 것만 같아서 더 빨리 나왔다. 버스를 타고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그래도 많은 인원이 오늘의 미친 짓에 동참하기 위해 나와 있다. 우리는 여러 번의 전철을 바꿔 타며 망월사역에 도착하였다.
밖을 내다보니 비는 더욱 거세게 내린다. 우리는 내리는 비에 추물거리며 동작이 굼뜨게 우의를 꺼내 입고 양반걸음으로 걸으니 뒤에서 등반대장이 큰소리로 채근 한다. 우리의 미친 짓은 이렇게 시작됐다. 망월사역을 출발한 시간이 10시30분을 넘어 섰다.
망월사역을 나와 먹거리와 약간의 곡주를 사서 본격적인 도봉산산행을 한다. 매표소를 지나 낮 설지 않게 망월사 턱밑까지 오르니 벌써부터 배가 고프다. 저녁에 과음 탓으로 아침을 부실하게 먹고 온데다 빗속산행인지라 우의를 입었더니 땀을 더 흘러 쉽게 지친 탓에 더욱 허기가 진 것 같다. 단체행동인지라 내색하지 않고 오르막을 오르려니 죽을 맛이다. 망월사 오르막을 오르고 포대능선에 붙기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다.
드디어 포대능선 에 붙으니 마당바위마냥 넓은 약한 바위 슬랩 구간이다. 날씨만 좋다면 도봉산 바위들이 고개를 내밀고 능선으로 이어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비가 그쳤다. 우리는 여기서 잠시 휴식을 하며 우의를 벗고 정리하여 다시 출발 하였다. 하지만 나는 허기가 져서 간식을 챙긴 대원을 붙잡아 놓고 꿀떡 한 봉지를 꺼내 허기를 채우고 출발하였다. 이제는 좀 살 것 같아 발 걸음이 가볍다. 어디서 나왔는지 비를 맞아 볼품없는 들 고양이 한 마리가 배가 고픈지 먹을 것을 구걸한다. 먹던 떡을 던져 주고는 빠른 걸음으로 일행의 뒤꽁무니에 붙었다.
중간 중간 바위 길에 로프를 잡고 오르기도 하며 걷다가 칼 바위 못 미쳐서 미끄러운 바위 길을 우회하여 관음암을 지날 때는 우리일행들이 빗길에 지쳐 배고프다고 아우성들이다. 몰래 혼자 먹은 떡이 어찌나 미안하던지 덩달아 나도 밥 먹고 가자고 생떼를 썼다. 그러기도 한 것이 시간이 벌써 12시를 넘어 1시가 다되어 가니 시장할 때도 되었다.
관음암을 지나 오르막을 오르니 도봉 주 능선에 붙어 길도 편안하고 여럿이 점심을 먹을 만한 장소가 눈에 띤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상을 벌리니 이제야 웃음소리도 나고 목소리도 커져서 왁자지껄하다. 약 30분간에 걸쳐 맛있고 재미있는 점심을 먹고 다시 주 능선을 걷는다 길은 오르락 내리락 하며 지루함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잠시 후 우리는 하산 길로 접어 든다.
모든 산의 하산길이라는 것이 연이은 내리막길에 모두들 지쳐서 그저 조용히 제 갈 길만 걸어 내려오는데 이번 하산 길은 점심 휴식을 취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인지 사람들 걸음이 활기차다. 주거니 받거니 떠들며 내려오니 어느덧 천진암을 지나 금강암에 다 달았다. 곧 매표소를 지나 시끄럽게 걷다 보니 도봉산 역이다. 시간을 보니 오후 3시를 향해가고 있다.
그 동안 도봉산을 여러 번 다녔지만 오늘같이 비가 오는 중에 산행하기는 처음이고 오르면서 걱정했던 것 보다는 덜 미끄러웠으며 색다른 경험으로 도봉산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며 성대한 뒤풀이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