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댕겨 와서

여름 설악산 산행기 ( 설악동-마등령-공룡능선-대청봉-오색지구 )

청산처럼 2009. 1. 14. 19:53

설 악 산

일시 : 1992년 7월 25 ~ 27일

고스락 : 대청봉 [1707m]

교통편 : 강남터미널-속초-설악동, 오색-속초-강남터미널

산행코스 : 설악동-비선대-마등령-공룡능선-희운각 대피소-소청-중청-대청봉-설악폭포-

              오색지구.

 

산행후기 :

 

여름휴가다. 하루라도 알차게 보내기위해 미숙과 함께 전날 속초에 내려와 일박을 했다. 숙소에서 일찍은 나왔으나 이른 시간이라 설악동으로 가는 버스가 없다. 우리는 입장료보다는 택시비가 쌀 것 같아 택시를 탔다. 그 덕에 입장료만 절약된 것이 안이라 신흥사 입구까지 들어와 내려주어 산행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새벽공기가 싸늘하여 우리는 신흥사를 지나 곧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현재시간은 06:30분이다.

비선대 까지는 미숙이도 여러 번 올랐던 길이고 길이 편하여 우리는 콧노래를 부르다 조잘거리며 이야기도 하면서 즐겁게 걷는다. 이렇게 얼마를 걷는데 미숙이 배가 아프다고 한다. 별생각 없이 달래면서 간다. 하지만 비선대 다다를 즘에 미숙은 도저히 안돼 겠다며 내려 간다고 한다.

 

갈등이 백번도 넘게 들었다. 일단 아침을 비선대 대피소에서 정황 없이 라면으로 때운다. 역시 미숙은 아무것도 먹질 않았다. 정말 않되 겠다 싶어 내려가기로 한다. 하지만 미숙은 자기혼자 내려가 속초의 어제 일박한 곳에 가 있겠다며 나라도 갔다오라고 야단이다. 얼마를 벼른 설악 공룡능선 산행인가. 그도 잘 알기 때문에 더욱 미안하여 그러는가 보다. 나는 걱정은 되었지만 공룡능선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등반시간을 계산해보니 내일 오후는 돼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시간을 약속하고 아쉬움을 달래며 헤어졌다.

 

미숙을 배웅하고 마등령으로 출발한다. 현재시간 09:20분이다. 시간이 지체되어 오늘은 희운각 대피소에서 일박을 해야겠다. 마등령 오르는 길은 꾸준한 경사로이다. 금강굴을 지나 가다 섯다를 반복하며 오르막을 오른다. 우측으로 장군봉(세존봉)을 지나 숨을 몰아 쉬며 가는데 자꾸 아프다는 미숙을 혼자 보내놓고 마음이 편칠않다. 왠만하면 같이 오를 사람인데…

 

이렇게 비선대에서 3시간 정도 오르면 금강문을 지나 마등령을 오른다. 현재사간은 12:10분이다. 마등령 안부에 서서 설악을 조망하니 설악의 전경을 모두다 볼 수 있다. 특히 대청봉을 잇는 서북능선은 스카이 라인을 그었다. 그리고 오늘 오르락내리락할 공룡능선의 괴암 괴봉들 북으로는 울산바위와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바위들이 봉긋한 황철봉, 서쪽의 내설악까지 이렇게 한참을 조망하니 땀이 식어 등골이 오싹하다. 다시 공룡능선을 향해 얼마를 진행하니 수렴동과 오세암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이제부터는 공룡능선이다.

 

나한봉의 위세에 감탄하며 길은 좌측으로 돌아 간다. 괴암들 사이로 또는 괴암을 오르면서 길은 올망졸망 잘 나있다. 이렇게 오르다 보면 공룡능선의 상징물 1,275m봉과 그 뒤로 범봉의 바위군, 기암들이 펼쳐지고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화채능선을 배경으로 천화대에서 흩어진 암릉이 릿지를 이루며 실록과 함께 장관의 풍경을 그린다. 또한 천불동 계곡과 가야동 계곡의 바위들도 저마다 개성 있는 모습으로 신비스러움 까지 느낄 수 있어 지친 나를 달랜다.  현재시간 14:30분을 지난다. 전망 좋은 바위에서 땀을 식히며 간식으로 늦은 점심을 대신한다. 이렇게 조금만 있으면 땀이 식으며 오한이 든다. 다시 짐을 챙기어 출반한다. 다시 괴암들을 돌고 또는 오르고 하여 공룡능선 중간쯤 되는 1,275m봉과 노인봉(1,120m) 사이의 안부에 이른다. 이곳의 조망은 설악산 코스 중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오르기 수월한 암봉에 올라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보니 스스로 대견하다. 조심스럽게 내려와 다시 능선 길을 걸으니 가야동 계곡으로 빠지는 길이 희미하게 나있고 조금 더 진행하면 좌측 범봉 쪽으로 나있는 잦은 바윗골로 떨어지는 길이나 있다. 이 길은 주능선 길을 걷다가 여러 사람들이 실수로 잘못 들어서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곳이다. 이길 은 범봉의 바위군으로 이어지므로 릿지 등반의 장비 없이 들어섰다가는 내려가지도 올라오지도 못하는 난감한 지경에 빠질 위험이 매우 높은 곳이다. 나도 지도를 꺼내보고 확인한 후 우측으로 돌고 다시 좌측으로 돌아 나간다. 이쯤에 4~5미터정도의 절벽 길을 내려와야 하는데 이때는 보조자일을 사용하여 먼저 배낭을 내려 놓고 맨몸으로 내려오면 수월하다.

 

다시 오르락내리락 진행하여 신선대 다 달을 적에 몇 분의 사진작가 분들이 망원렌즈를 걸어놓고 운해 앉기를 기다리는지 숨죽이며 있다. 사실 속으로 많이 놀랐으나 내색하지 않고 길을 따라 돌아 나오니 신선대가 눈앞을 가로막는다. 정상은 오를 수가 없으므로 우선 전망 좋은 곳에 자리잡고 천불동쪽으로 고개를 내밀고 조망을 하였다. 이렇게 가까이서 천불동계곡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은 아마도 이곳뿐이 없는 것 같다. 현재시각 17:25분을 막 지났다. 이제 오늘의 숙박지인 희운각 대피소는 지척에 있으므로 마음도 느긋해진다. 조심스레 올랐던 바위를 내려와 등산로로 걸으니 천불동에서 오르는 길과 만난다.

 

희운각 대피소는 이 무너미고개를 오르면 바로 보인다. 청불동에서 오르는 일행과 섞여서 조금 더 진행하니 희운각 대피소다. 먼저 대피소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저녁 준비를 한다. 저녁을 먹고 희운각 대피소 앞의 통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차 한잔을 마시며 어두워지는 설악을 보니 불현듯이 미숙의 생각이 난다. 하산은 잘 했는지 밤에 무서움을 많이 타는데 혼자서 여관방에 앉아 떨고 있지는 않는지. 별생각이 다 든다. 이렇게 그녀를 생각하며 희운각의 밤을 보낸다.

 

이른 새벽 사람들 소리에 잠에서 깬다. 시간을 보니 06시가 조금 않됐다.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은 벌써 떠나고 난 후이다. 나는 부시시 일어나 느긋이 아침을 차려먹고 07:10분이 되서야 출발을 한다. 어제 긴장하며 걸어서 인지 다리근육이 뭉친 것 같다. 처음부터 꾸준한 오르막길을 선체로 쉬면서 오르니 소청 마지막 구간은 힘에 부친다. 중간 쉼 바위에 걸터앉아 위를 보니 봉정암쪽에서 오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다시 일어나 코를 박고 잠시 오르니 봉점암 길과 만난다. 다시 좌측으로 돌아 중청까지 오르니 좌판 아저씨가 막걸리를 팔고 있다. 볼 때마다 대단한 생각이 든다. 한번은 이곳서 어떤 분이 쵸코 파이를 들고 가격이 일곱배가 비싸다며 비아냥거리니 쵸코파이를 뺏으며 아저씨 하시는 말씀이 “내려가서 싼 것 사먹어라”며 호통을 치셨다. 나도 너무 비싸다는 생각은 하였지만 물건을 지고 여기까지 올라 왔으니 당연한 것 않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현재시간 09:30분 이제 완만한 경사만 오르면 대청봉이다. 빤히 보면서 오르는 것이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여기에 오르면 오를수록 가스가 심하고 바람까지 분다. 방풍 의를 꺼내 입고 다시 꾸준히 걸으니 대청봉이다.

 
공룡능선을 산행할 때는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비선대에서 공룡능선을 거쳐 희운각까지는 5시간정도 소요되므로 오후5시가 넘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산행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산행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비상식량과 식수를 준비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가을산행 때는 일교차가 심하고 기온차가 크므로 두꺼운 겉옷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