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댕겨 와서

설국의 태백산 으로 가족 신년산행을 다녀와서!

청산처럼 2009. 1. 15. 14:11

설국의 태백산 신년산행 후기

 

       상 : 태백산(장군봉)(1566.7M), 문수봉(1517M)

 

       짜 : 2007년 12월 31일 - 2008년 01월 01일

 

산행 코스 : 유일사 매표소-유일사 갈림길-태백산(장군봉)-부쇠봉-문수봉-단군성전 갈림길-당골 광장

 

산행 거리 : 유일사 매표소(05:45) - (2.3Km)(60분) - 유일사 갈림길(06:45)

유일사 갈림길(06:45) - (1.7Km)(60분) - 태백산(장군봉)(07:45)

태백산(장군봉)(07:45) - (1.1Km)(25분) - 부쇠봉(08:10)

부쇠봉(08:10) - (2.2Km)(45분) - 문수봉(08:55)

문수봉(08:55) - (1.7Km)(50분) - 단군성전 갈림길(09:45)

단군성전 갈림길(09:45) - (2.3Km)(40분) - 당골 광장(10:25)

총 산행거리 : 11.3Km,  총 소요시간 : 4시간 40분(동계눈길산행)

 

산행 후기 :

이제 2007년을 이야기할 때는 작년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작년 12월 중순부터 가는 해와 오는 해를 맞이하기 위한 가족 이벤트를 구상하던 중 친구들과 사량도 지리망산을 가족들과 함께 무박산행을 하기로 하고 계획했다가 갑자기 취소되는 바람에 우리가족만 태백산 신년산행을 하게 되었다. 작년 말일이 1월 1일과 샌드위치 날이라 회사에서는 휴가를 하기로 하여 연말 연시 4일간의 연휴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말일 승호가 늦은 겨울방학을 하고 일찍 귀가를 하여 우리가족은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난다. 태백산 당골 아래에 한옥으로 된 근사한 민박을 예약해놓은 터라 곧장 그곳으로 갔다. 찻길도 한가하여 4시간이 안 걸려서 그곳에 도착하였다. 우리가족은 너무나 근사한 이곳 숙소를 베이스캠프라 부르기로 했다.

 

도착 후 준비해간 목 삼겹살로 늦은 점심과 이른 저녁을 겸사하여 배불리 먹고 태백시에 있는 낙동강 발원지라는 황지연못에 나가 밤의 낭만을 즐기고 돌아와 내일 해맞이 신년산행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태백산 지도

2008년 01월 01일 05:00 맞춰놓은 핸드폰의 모닝 콜이 단잠을 깨운다. 눈을 뜨니 간밤에 땐 아궁이 불이 온돌을 달구어 놓아 따뜻한 구들장을 박차고 일어나기가 싫었다. 채근 거리다 정신을 차려 방문을 빼 꼼이 여니 시베리아의 북풍한파가 머리가락을 세운다. 여기에 눈보라까지 날리니 아들 승호가 걱정이다. 배낭을 꾸려 각자 메고 콜택시를 불러 6천원을 주고 유일사 매표소로 갔다. 도착한 시간이 05:40분이다. 랜턴으로 불을 밝히며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입구로 접어 들어 눈 덥힌 산길로 산행을 시작한다. 그 시각이 05:45분이다.

 

얼마나 추운지 얼마 되지 않사진아 마스크가 얼어 붙었다. 아마도 체감온도는 영하 30도는 족히 될 듯 하다. 단단히 차려 입은 옷으로 몸은 괜찮은데 얼굴과 손이 시리다. 승호는 죽을 맛을 하고 신이 나서 발걸음이 가벼운 엄마를 따라가고 내가 멘 뒤에서 걸었다. 등산로는 부드러운 오르막으로 걷기에는 좋은데 눈이 쌓여있어 빠르게는 걸을 수 없었다. 십여 분을 오른 후 각자 아이젠을 부착하고 조금씩 경사도가 심해지는 길을 걸었다. 이렇게 다시 20여분을 오르니 경사도가 심한 구불구불한 S코스가 나왔다. 이곳을 통과하면 31번 국도 화방 재로 넘어가는 갈림길이 있는 1200M의 높이인 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사진집사람과 나는 이제야 몸이 풀려 가벼운데 승호는 아직도 죽을 맛인가 보다.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고 조금 더 가니 유일사 입간판이 서있다. 현재시간이 06:45분이다. 벌써 1시간이 지났다. 장군 봉까지는 완만한 경사도가 있는 길을 1시간여를 걸어야 한다. 오늘 해 뜨는 시간이 07:40경이니 서둘러야 하는데 길이 좁아져서 사람들로 인해 정체 구간이 생겼다. 바람도 세져서 힘든 것 보다는 추위가 더 큰 관건이다. 장군봉 500M정도 못 미친 구간부터는 태백산의 명품인 주목군락지역이라 눈꽃이 장관을 이룬다. 이곳에 들어서면 정말 설국에 와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죽을 맛이던 승호도 잠시나마 설경에 추위를 잊을 만큼 장관이다.

 

사진이렇게 눈 터널을 지나 태백산 주 능선에 오르면 장군봉(1566.7M)을 지나 천제단(1560M), 부쇠봉(1546.5M), 문수봉(1517M) 턱밑까지는 오르락 내리막하며 부드러운 능선길이다. 여기에 눈 덥힌 설국에 멋진 설화까지 환상의 겨울산행을 맛볼 수 있다.

 

사진 촬영도 하며 가볍게 걷다 보니 태백산 주봉인 장군봉에 다 달았다. 현재시간이 07:35분이다. 안타까운 것은 갑자기 안개가 끼더니 일출의 꿈을 날려 보내려 한다. 그래도 혹시나 하며 10여분을 기다려 봤지만 어려울 것 같아 천제단을 향한다. 이즘 해서 승호는 나를 불러 세우더니 아빠 죄송한데 저 추워서 죽을 것만 같아요 하더니 굵은 눈물을 흘린다. 이해가 가는 말이다. 사실 승호가 14년 살면서 이렇게 추운 날씨의 경험은 처음인 것이다. 현재기온이 영하 20도에 체감 온도까지 더하면 영하 30도가 될듯한데 승호 생각에는 꼭 죽을 것만 같았을 것이다. 

 

사진능선상이라 바람을 피할만한 곳이 없어 승호를 부축이고 조금 더 걸어 바람 잦은 곳에서 뜨거운 커피와 마늘 빵을 먹이며 달랜다. 승호도 좀 진정이 되었는지 이제는 빨리 가자고 한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여 천제단에 도착 했다. 특이한 것은 커다란 태백산 표지 석이 이곳에 서있었고 제단 앞쪽에는 작은 무덤이 있는데 묘비명에는 通政大夫 兵曹參判 密陽朴公之墓라 적혀있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병조참판이라는 벼슬로 미루어 아마도 높고 정기서린 태백산 천제단 앞에서 나라를 염려하는 마음으로 묘 자리를 쓰지 않았나 짐작해 본다.

 

사진날씨가 너무 추워서 카메라가 잘 작동하질 않아 우리는 다시 능선을 걸어 사진곧 부쇠봉에 도착한다. 현재시간이 08:30분이다. 이미 날은 밝아 해가 떠있다. 갑자기개인 날씨는 언제 그랬냐 하는 듯이 환한 빛을 발산한다. 부쇠봉을 지나 문수봉을 가는 능선상에서 조망되는 하얀 태백산 천제단은 정말로 장관이다. 중간 중간에 눈꽃을 피우고 서있는 주목들은 말 그대로 자연명품이다. 이렇게 겨울 설경을 만끽하며 걷노라니 눈앞에 하얀 문수봉이 서있다.

 

문수봉을 오르는 마지막 경사 구간은 길이 미끄러워 조심하느라 더욱 힘이 든다. 승호는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냥 눈을 감고 걷고 있다. 문수봉에 올라 승호를 다독거리며 뜨거운 차와 간식을 먹었다. 사진문수봉에서 보는 태백의 풍경은 보기 좋은 한 폭의 산수와 같았다. 동서남북 어느 한곳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워 경이롭기까지 하다. 특히 장군봉에서 흘러내리는 하얀 주 능선의 모습은 아직도 눈 앞에 어른거린다. 현재시간이 08:55분이다. 이젠 정말 내려가는 길만 남았다고 하니 승호도 금새 얼굴에 웃음이 돈다.

 

눈 쌓인 하산 길은 오르는 것보다 더욱 힘들다. 특히 문수봉에서 단군성전 갈림길까지 1.7Km구간은 경사가 가팔라서 더디게 걸어야만 했다. 승호와 집사람은 아이젠이 괜찮았지만 나의 것은 오래된 아이젠이어서 끈이 탄력을 잃어 착용하지 못하고 그냥 걸었더니 몇 번을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찌었다. 단군성전 갈림길에 도착하니 09:45분이나 되었다. 내려 올수록 바람도 잦아들어 이제 승호도 많이 웃을 만큼 주위여건은 괜찮았다. 사진

 

갈림길을 지나 당골로 접어드니 내리막 경사도 완만하고 하여 걷기에 수월하다. 당골이 가까워 질수록 광장에서 해맞이 행사를 하는지 스피커 소리가 크게 들린다. 이제 길은 아이젠이 없어도 걸을 수 있을 만큼 좋았다. 우리가 당골 광장에 도착할 때는 모든 행사가 끝나고 무대를 정리 하고 있었으며 광장 곳곳에는 1월말 태백 얼음축제를 준비 하느라 물을 인공적으로 얼리고 있었다. 헌데 그 형상이 극히 자연적인 모양이라 나름 아름답기도 하였다.사진

 

광장을 따라 난 인도를 걸어 내려오는 길에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고 환하게 웃으며 오늘의 설국 태백산 신년산행을 무사히 마친다. 비록 몸은 피곤하고 거센 마파람을 맞아 얼굴은 벌겋게 달아 올라있지만 서로를 사랑하며 행복한 가족 애를 느끼고 올 한 해의 출발을 의미 있게 하는 지라 보람도 크다.

 

당골 광장 앞에 있는 택시 승강장에서 줄지어 택시를 타고 우리의 베이스 캠프까지 3000원을 주고 무사히 귀환하여 라면에 떡국을 넣어 맛있는 아점을 먹고 집으로 상경했다.

 

Tip : 우리의 베이스 캠프

 

숙소가 너무 맘에 들어 팁으로 같이 올립니다.

 

위치 : 소도동 267-2 (TEL : 033-554-4732) 31번 국도 당골 입구 근처에서 소롯골 입구 보경암 간판을 보고 들어와 약 200M 쯤 우측

 

이번 설국의 태백산 신년산행 베이스 캠프는 은경이네 민박집이다.

전통 한옥으로 안채, 사랑채, 행랑채 등 이름도 고풍스럽다. 내부 시설도 냉장고,각 채널이 다 잘 나오는 TV등 취사도구까지 완비되어 있고 겨울철은 군불을 때서 절절 끓는 시골의 아랫목을 경험할 수 있어 좋다.

사진사진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