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 ( 대성리-세석평전-연하봉-장터목-천왕봉-로타리산장-중산리 )
지리산 대성리 ( 세석평전 )
l 고 스 락 : 천왕봉[1915m]
l 교 통 편 : 서울역-구례(통일호) 구례-대성리,
중산리-부산서부 터미널 부산역-서울역
l 산행코스 : 대성리-음양수-세석평전-연하봉-장터목-천왕봉-로타리산장-중산리
l 산행후기 :
성탄절에 휴무토요일이 이어져 황금의 2박3일간의 일정이 생겼다. 나는 이 황금연휴를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나의 연인 미숙을 꼬득여 지리산을 간다. 특히 이번은 기차를 이용하니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은 없을 것 같다.
24일 퇴근 후 재빨리 움직여 서울역으로 나갔다. 내가 먼저 도착하여 한참을 기다리니 미숙이 온다. 우리는 혼잡한 서울역 대합실서 사람구경을 하며 성탄절 이브를 그렇게 보내다 구례행 야간열차를 탔다.
오랜만에 하는 기차 여행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정작 주위는 깜깜한 밤이고 승객 여러분들이 협조를 않고 모두 주무시니 우리도 그냥 자다 깨다 하며 구례구역에 도착했다. 역을 나오니 새벽 04:30분이다. 아직도 칠 흙 같은 밤인지라 지금 구례로 나간다고 딱히 할 것이 없었다. 여기에 겨울의 추위가 보통이 않이다. 우리는 다시 역의 대합실로 들어가 동이 틀 때 까지 여기에 있기로 하였다.
춥기는 여기도 마찬가지 이지만 그래도 엄동설한에 밖에 보단 훌륭하다. 어찌어찌 알아보니 구례에서 대성리 가는 첫차가 07:00에 있다는 택시 운전기사의 제보를 받고 우리는 택시를 타고 구례시내로 들어갔다. 하지만 대성리 가는 첫차는 우리를 한참 더 떨게 하더니 07:20분에야 출발한다. 버스는 쌍계사 지구를 지나 신흥에서 우리를 내려주고 회차 한다. 황당하기 그지없다. 대성리까지 간다고 한 버스는 이 곳이 종점이란다.
할 수 없이 도로를 따라 투덜투덜 걷노라니 다행히도 지나는 차를 얻어탈 수 있었다. 의신 사시는 분인데 너무나 감사하여 인사를 여러 번 했다. 우리는 대성교를 지나 야영장 앞에서 내렸다. 다시 인사를 공손하게 드리고 출발 준비를 한다. 마음을 다잡고 지도를 보며 오늘의 산행코스를 미숙에게 설명하고 출발하니 08:00이 다 되었다.
우리는 야영장 맞은편 산 행로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얼마를 떠들면서 진행하니 의신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조금 더 올라 대성골과 만나는 지점에서 휴식을 한 후 수목이 울창한 계곡 옆의 길을 따라 오른다. 오르막의 돌길을 지나 대성동에 도착한다. 대성동에는 집이 몇 채 있다. 야! 이런 산골에도 사람이 사는구나 지리산이 좋기는 좋은 가보다. 현재시간 이제 09:00분이 조금 모자란다.
겨울바람도 세차게 불고 기온도 떨어져 춥기는 하지만 날씨는 화창하다. 맑은 하늘을 위로 삼아 대성골을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계곡 좌측의 위쪽으로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숲속으로 난 편안한 길이다. 한참을 진행하니 완만한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오르막길을 오르니 농사 터와 집터가 나온다. 이곳이 원대성 마을인가 보다.
원대성 마을에서 조금 더 진행하면 좌측에 지류와 만난다. 이곳에는30m 길이의 철 다리가 있다. 이정표에는 작은 세개 골이라 적혀있다. 산죽이 펼쳐진 숲속을 가다 보니 또 다시 철 다리가 나타난다. 철 다리를 건너 등산로로 접어들어 조금 더 오르니 대성리의 상류인 큰 세개 골이다. 계곡이 넓어지면서 여기저기 텐트 Site가 보인다. 여기가 지도상의 야영장으로 표시되어 있는 곳 같다. 현재시간은 10:15분이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발한다. 큰 세개 골의 이정표부터는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 고개를 넘어 평탄한 곳을 지나 돌길로 올라서면 좌측으로 작은 지류를 끼고 올라간다. 등산로는 계곡 옆으로 숲속의 너덜바위 지대로 길이 이어진다. 산죽 밭 사이로 난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니 지능선의 작은 평지가 나온다. 이곳부터 등산로는 계곡을 벗어나 능선 길로 바뀐다. 경사가 급한 비탈길을 오르다 보면 허름한 무덤이 나온다. 무덤을 지나 참나무 숲길로 이어져 한참을 오르면 청학동 삼신봉에서 올라오는 남부능선과 만나게 된다. 현재시간은 11:20분이다.
능선을 따라 북쪽방향으로 잠시 가다 보니 거대한 기암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조망이 좋아 촛대봉과 세석평전이 한눈에 보이고 완만하게 산장까지 이어진다. 숲으로 이어진 편안한 길을 따라 가면 음양수가 나온다. 석간수인 음양수는 지리산에서 물맛이 가장 좋다 고들 하는데 날이 추워 얼어있어 물 받기가 힘이 든다. 숲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계속 오르면 거림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이곳에서 북쪽 방향으로 조금 더 진행하니 눈 앞에 탁 트인 세석평전이 펼쳐진다. 현재시간 12:40분이 넘었다.
배가 고파 세찬 바람을 피해 세석산장 앞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을 라면으로 때운다. 미숙이 조용하여 보았더니 비시시 웃으며 지난 능선종주 때의 이야기를 꺼낸다. 지나보니 추억인데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는 이야기에 수긍하며 출발 준비를 서두른다. 현재시간 13시 20분 우리는 출발 준비를 끝내고 장터목으로 느긋한 출발을 한다.
촛대봉을 오르며 숨이 차는 나에게 미숙은 계속 말을 시킨다. 참 대단한 체력이다. 촛대봉을 다 오르고 연하봉을 거처 장터목에 이르는 길은 몇 번을 다녀 봤으므로 여유롭게 이야기하며 걷는다. 올망졸망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다정히 걸으니 기분도 상쾌하다. 장터목에 도착하니 아직도 15시 35분 뿐이 안됐다. 어차피 장터목에서 1박을 하고 내일 아침 천왕봉 일출을 보기로 했으니 우리는 일찍 자리를 잡기 위해 산장으로 들어가려는데 문이 잠겨있다. 할 수 없이 배낭을 문가에 놓고 취사도구를 꺼내 커피를 끓여 한잔씩 들고 경치 좋은 곳에서 차를 마신다.
이런 저런 이야기며 내년 봄 우리의 늦은 결혼이야기로 한참을 보내고 산장으로 가니 우리 배낭 뒤에 줄이 생겨서 십여 개 이상이 모였다. 잠시 후 산장 문이 열리고 입장을 하는데 여자는 2층 남자는 1층을 배정하여 차례대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하는 일 없이 빈둥 데다 우리는 일찍 저녁을 먹었다. 날이 저물어 사람들이 불어나기 시작을 하더니 밤 9시쯤에는 모란 장터가 되었다. 급기야 관리인이 나와 정리를 하고 모두 소등을 시키니 그제서야 조용해 진다.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보니 벌써05:20분이다. 미숙은 벌써 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나도 서둘러 준비를 하고 간식으로 아침을 대신하며 06:00장터목을 출발 한다.
주위는 온통 칠흙이나 중산리가 멀리 보이는 것이 다행이 날씨는 괜찮은가 보다. 추위에 얼어 붙을 것 같은 몸을 움직여 재석봉 경사진 벌판에 오르니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하여 차마 얼굴을 들지 못하여 땅만 보고 걸었다. 얼마를 가니 통천문이 나오고 곧 천왕봉을 오르는 계단이 나와 올라서 돌아 가면 바로 천왕봉이다. 태극기가 펄럭이고 정상석은 이렇게 추운데도 끄덕하지 않고 잘도 서있다. 07:00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우리는 바람을 피할 겸 하여 천왕봉 동쪽으로 솟은 바위 뒤에 숨었다. 바람을 피하니 추위는 견딜만하다. 배낭을 내려 사진촬영 준비를 끝냈을 때 동쪽 끝 너머로 밝아 오는 것 같다.
이윽고 사람들의 함성과 함께 눈썹 같은 해가 고개를 내민다. 나는 간간히 카메라 셧터만 누르고 있을 뿐 아무 할말이 없다. 물론 옆에 있는 미숙도 아무 말 없이 일출만 바라본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해는 동그랗게 떠올라 지리산을 비춘다. 우리는 이제야 서로를 보고 함박 웃음을 지었다. 정말 얼마를 벼르던 천왕봉 일출인가! 이제 벽소령의 명월만 보면 지리산에서 볼 것은 다 보는 것 같다. 우리는 07:40분이 되서 로타리 산장으로 하산을 한다.
이 하산 길은 여러 번 다녔으므로 미숙도 길을 훤히 안다. 경사 심한 길을 뛰면서 걸으면서 한시간도 안 걸려 산장에 도착하였다. 08:30분 우리는 라면을 끓여 늦은 아침을 먹고 시간 여유도 있고 하여 그냥 지나다니던 로타리 산장 주변을 돌아 보았다. 이렇게 지체하고 09:20분 중산리로 출발한다.
일사천리로 칼 바위를 지나 중산리로 하산을 마쳤다. 우리는 또 한번 천왕봉에 올랐다. 그것도 제일로 치는 천왕봉 일출까지 보았다. 어찌 보면 감격할 만도 한데 진주가는 버스에서 미숙은 피곤한지 나의 어깨에 기대여 잠이 들었다. 오늘 따라 이뻐 보인다. 벌써 칠년째 이렇게 같이 다녀서 이제는 이런 모습이 눈에 익는다. 우리는 진주를 거처 부산으로 내려가 다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