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 뭐그리 놀라나!ㅋㅋ

무지하게 심심한 나의 이야기

산을 댕겨 와서

지리산 대원사 계곡 산행 ( 대원사-천왕봉-백무동 )

청산처럼 2009. 1. 14. 20:20

대원사 계곡

 

l        고 스 락 : 천왕봉 [1915.4m]

l        교 통 편 : 서울-진주-대원사, 백무동-광주-서울.

l        산행코스 : 대원사-밤밭골-무재치기 폭포-치밭목 산장-중봉-천왕봉-장터목-

               참샘-백무동.

 

l       산행후기 :

 

중산리로 천왕봉에 오르면 항상 북쪽등산로에서 몹시 지친 기색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이번 추석연휴는 나도 이곳으로 천왕봉을 올라 보자 마음먹고 추석 차례를 끝내고 서둘러 지리산 대원사로 떠난다. 서울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여기서 진주까지 가서 진주에서 대원사까지 가는 직행버스를 타니 한시간 남짓 소요되어 대원사 입구 훨씬 못 미친 곳에서 내려준다. 이 바람에 산행 기점이 되는 유평리 밤밭골 까지는 도로변을 따라 터덜터덜 두시간 남짓 걸어야 했다. 대원사를 지나고 학교 앞을 지나 야영장을 같이 운영하는 넓직한 민박집들이 있는 밤밭골에 도착한 시간은 18시를 막 넘고 있었다.

 

여느 때라도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는 코스 중에 가장 한적하다는 밤밭골 길은 추석 명절인 오늘 더욱이 인적이 드물어 덩달아 나도 맥이 없다. 텅 비어 있는 민박 집 야영장 옆쪽으로 등산로 표지판이 보였다. 여기에서 잠시 쉬며 갈등을 하였다. 이곳에서 야영을 하고 내일 출발하느냐, 아니면 야간산행을 해서 치밭목 산장에서 1박을 할까 고민을 하다 휑한 이곳 보다 더 올라가서 차라리 산장에서 편하게 자자는 생각으로 야간산행을 출발 하였다. 어느새 시간은 18:25분을 가르키고 있다. 길가에 떨어진 손톱만한 밤을 주우며 적막한 산행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걷는데 기온이 떨어져서 그런지 헤드렌턴의 불빛이 깜빡 깜빡 거린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등산로가 잘 나있다는 것이 나를 위안해 준다.

 

출발할 때 지도를 보며 4시간 정도 걷는 것이 별로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하지 못 하였는데 직접 혼자서 야간 산행을 하다 보니 갑자기 갑갑한 생각이 든다. 여기에 헤드렌턴은 성능이 자꾸 저하되고 보름인 오늘 달도 구름에 가려 이따금씩 고개를 내미는 정도이니 아무리 길이 좋더라도 무리라는 생각이 자꾸든다. 않되겠다 싶어 중간에 야영을 하기로 했다.

 

얼마를 가다 보니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힘차게 들린다. 시간은 벌써 2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지도를 보니 장당골 상류쯤인 것 같다. 계곡을 따라 얼마큼을 진행하니 2인용 텐트를 칠만한 Site가 보였다. 그래도 잠시 달빛이 밝아 텐트를 치는 데는 어려움이 없어 다행이다. 텐트를 치고 나니 갑자기 허기가 돈다. 그 동안 긴장하며 걸어서 배고픔을 잊은 것 같다. 밥을 하기는 그렇고 하여 집에서 가져온 차례음식을 데워서 먹고 달빛아래 차를 한잔 마시고 낭만이고 뭐고 느낄 겨를도 없이 잠이 들었다.

 

우성거리는 소리에 꿈인가 하여 눈을 뜨니 아직도 컴컴한데 사람들 그림자가 비춘다. 일어나 밖으로 나가니 오히려 그람들이 놀란 모습이다. 시간을 보니 여섯시를 넘기고 있었다. 이 일행은 산행 중 잠시 휴식 중이였나 보다. 잘됐다 싶어 나도 일어나 아침을 대강 먹고 짐을 꾸려 출발하였다. 시간은 6시35분 이였다.

 

산중이라서 그런지 아직도 해는 뜨지않아 몹시 추워서 더욱 부지런히 걸었다. 땅만 보고 걷다 보니 어느새 무재치기 폭포 이정표가 보인다. 하지만 등산로에서 잠시 비껴있어 그냥 산장쪽으로 진행한다. 한시간 남짓 비탈길을 오르니 사람소리가 들리며 치밭목 산장이 보인다. 부지런히 걸어서인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짐을 내려 놓고 시간을 보니 8시를 넘고 있었다. 잠시 휴식을 하며 치밭목 산장 지기인 민병태씨가 개척했다는 중봉 쪽 등산로의 정보를 얻어 듣고 그 쪽으로 출발을 한다.

 

이따금씩 희미하여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었지 만은 별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이 구간의 마지막인 하봉-중봉능선과 접안 되는 지점은 가장 가파른 비탈길 이였다. 어찌 능선으로 올라 타니 산장에서부터 한시간 20분 정도 소요된 것 같다. 이 길을 개척하신 민병태님께 다시 한 번 마음으로 감사 드리고 중봉으로 향한다. 힘들게 중봉을 거쳐 천왕봉에 이르니 또 한번 천하가 내 발 밑에 있다. 현재시간 11:10분 이렇게 조용한 천왕봉을 본적이 없을 만큼 사람들이 적었다. 오늘은 천왕봉 턱밑에서 약초달인 차를 파는 아저씨도 안보였다.

 

오늘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계획을 세워놓으니 마음이 급하다. 천왕봉을 뒤로하고 통천문을 빠져 나와 비탈길을 내려오니 폐허인 냥 썰렁한 재석봉이다. 여기저기 나있는 등산로는 보기에도 않좋다. 언젠가는 이곳도 정비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발 아래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장터목 산장이다. 평소 때와 비교하여 분 비지는 않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시장기를 느껴 시간을 보니 벌써 12:30을 넘어서고 있다.

 

배낭을 열고 점심준비를 하는데 장터목 쓰레기 소각장에서 연신 대포 쏘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이 다 사용한 가스 통을 버려 그것이 터지는 소리다. 한 여름에는 난리가 난다고 한다. 참 걱정스러운 일이다. 아직도 이렇게 몰지각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한가롭게 점심을 마치고 백무동쪽 참샘을 향해 출발을 한다. 현재시간은 13시 20분이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다가 뛰다가 하며 내려오니 백무동 이정표가 보인다. 참샘에서 목을 축이고 다시 하산을 시작하니 곧 하동바위가 나오고 40분가량을 더 내려가니 야영장이 있는 백무동 계곡 길과 만난다. 시간을 보니 장터목에서 약 2시간 20분가량 소요된 것 같다. 빨리 하산하여 광주까지 나갈 요량으로 서둘렀더니 빨리 하산한 것 같다. 터벅터벅 걸어 상백무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여럿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시간은 16시 40분이다.

 

나는 이곳에서 남원이나 서울 가는 버스를 타지않고 더 기다리고 있다가 전남 광주행 버스에 올랐다. 이유인즉 추석명절을 보내기 위하여 나의 연인 미숙이 고향을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주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미숙과 함께 광주에서 서울을 올라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눈을 말똥말똥 뜬 체로 마음이 설레고 있다. 이렇게 이번 지리산행은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