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3월 27일[화요일][흐리고 비 온후 갬, 약한 황사]
아무리 혹한의 겨울일지라도 봄은 꼭 온다.
어제저녁은 이른 저녁을 먹고 하릴없이 서성대다 집 베란다에 진열되어 있는 몇 그루의 분재나무와 화초들을 둘러 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사람과 나는 왜? 은행나무가 싹을 틔우지 못하나 고민하다 급기야는 혹시 동사하여 죽었나 의심이 되어 나무껍질을 벗겨 보는 만행까지 저지르고 말았다.
소사 역시 싹 틔우는 것이 살짝 실눈만 뜨고 더뎌 걱정하던 차이다. 그러던 것들이 어제저녁은 고목 같던 은행나무가 파릇하게 잎눈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얼마나 반갑던지 자세히 들여다 보니 여기저기 다들 올라오고 있는 중 이였다. 옆에 있는 소사에도 온통 연 초록의 잎눈들이 돋아나 생동감이 넘쳐 흘렀다. 여기에 말발도리에는 벌써 꽃망울이 맺어 곧 터질 것만 같이 좁쌀만한 망울들이 무겁게 느껴졌다. 이번에 들인 철쭉 성휘도 꽃망울을 여기저기 많이도 맺고 있어 이놈도 곧 불꽃 놀이마냥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를 무엇이 이토록 안달복달하며 조급하게 만들었는가?
조금만 자중하고 기다리면 이렇게 순리대로 잎도 나고 꽃도 피고 할 텐데 무엇이 조급하여 나무의 껍질을 벗겨 볼만큼 조바심을 내었단 말인가!
요즘 우리는 매사에 이렇다. 조금만 참으면 풀어질 일들을 잠깐을 참지 못하고 서둘러서 그릇 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도 그렇다. 조금만 기다리면 숙제도 하고 공부도 할 텐데 꼭 십 분을 못 넘겨서 아이에게 호통을 쳐서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머쓱해 진다. 사회생활도 그렇다. 조금만 참으면 돈도 받고 사과도 받을 일을 우리는 서둘러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참 많은 것 같다. 이뿐이던가! 국가대표 축구경기를 텔레비전으로 시청을 하다. 지지부분 하여 채널을 돌렸더니 어느 순간엔가 골을 넣어 멋진 장면을 놓친 적은 누구나 몇 번의 경험을 하였을 것이다.
차에 관한 조급증은 더욱 심하다. 내가 타는 차선만 유독 차가 정체되어 차선을 바꿨더니 그전 차선은 잘 가는데 또 이번 차선이 밀리는 경우, 세차를 하면 꼭 비가 온다는 경우, 이정 도면 괜찮다. 사고는 없었으니까! 나의 경험 중 한번은 처갓집을 다녀오는 중에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일이다. 갑자기 나를 추월한 차가 내 앞차를 추월하고 이리저리 차선을 바꿔가며 쏜살같이 달려 가길래 참 바쁜 사람인가 보다 하고 생각하였는데 얼마 가지 않아서 그 차가 교통사고를 내고 서있는 광경을 보았다. 고속도로 상에서 달리다 일어난 사고이니 그 충격은 대단했던 모양이다. 견인차가 견인을 할 정도면 사람은 괜찮은지 걱정이 되었다. 우리가 종종 고속도로 상에서 마주하는 표어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 참으로 조급한 마음을 잘 대변하는 표어이다.
겨울이 아무리 엄동설한이라 할지라도 때가 되면 봄은 꼭 오는 법이며 여름이 아무리 폭염일지라도 때가 되면 가을은 오기 마련이다. 자연은 참으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것 같다. 폭염의 여름에서 곧바로 혹한의 겨울은 없다. 이것은 결국 재앙인 것이다. 계절은 느긋하게 항상 완충대인 봄과 가을이 있다. 물론 요즘 이 완충대인 봄과 가을이 자꾸만 짧아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다. 만약 더욱 짧아진다면 그것은 자연이 한심한 우리에게 주는 경고성 재앙인 것이다. 이 재앙 또한 조급함이 한 몫을 거들었다. 우리가 느긋하게 걸어 다니거나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그 재앙은 더 늦어지겠지만 조급함에 짧은 거리에도 자가용을 타고, 할일 없어도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더욱 자연은 황폐해져서 그 재앙의 시기는 앞당겨질 것이다.
이 시대를 사는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조급함을 일깨우고, 좀더 느긋하게 한번 더 생각하고, 남을 배례하는 마음을 생각하고 실천하기 위한 좋은 방법으로 나는 화,초,목 가꾸기를 권하고 싶다. 이것들을 가꾼다는 것은 기다림의 미학인 것 이다. 왜이리 나무가 더디게 자라는가? 왜이리 꽃이 늦게 피는가? ..... 걱정말고 기다리시라! 단, 기다릴 때 그냥 손 놓고 기다리지 말고 항상 그때를 위하여 물주며 사랑하기를 게으르지 말지어다! 그리고 기다리면 키가 크고 꽃이 필지니! - 청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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